1. 줄거리
이문열의 소설 젊은 날의 초상은 크게 세 편의 중편 소설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작품이 서로 다른 시공간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한 젊은 지식인의 내면적 성장과정이라는 공통된 축을 공유한다. 첫 번째 이야기는 한 시골 마을에서의 청춘 시절을 담담하게 되짚는 것으로 시작한다. 주인공은 겉보기엔 평온한 일상 속에서 의미를 찾기 위해 애쓰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어디에 서 있으며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품는다. 그의 주변에는 무언가를 이루거나 가치를 세운 이들이 있지만, 정작 자신은 그 경로에서 이탈하거나 딴 길로 들어선 것만 같은 불안에 잠식되어 있다. 두 번째 이야기에 접어들면, 주인공은 대학가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사상과 이념, 지적 유희의 장에서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하려 하며 고군분투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인생의 본질을 추구하려는 충동, 거대한 사회적 흐름에 휩쓸릴 수밖에 없는 인간의 나약함, 그리고 그러한 현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기 합리화와 타협 등의 복잡한 문제들을 맞닥뜨린다. 마지막 이야기는 도시의 익명성 속에서 정체성 혼란이 극대화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주인공은 점차 소외감을 느끼고 자신이 바라던 멋진 신세계가 환상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처럼 젊은 날의 초상의 줄거리는 단선적인 사건 흐름보다도 청춘이라는 불안정한 지점에서 스스로를 바라보는 젊은이의 시선, 그리고 끊임없이 흔들리는 정체성 탐색 과정을 통해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2. 인물관계
젊은 날의 초상 속에서 주인공은 특정한 한 인물에게만 의지하거나 전적으로 동화되지 않는다. 대신 작품은 여러 인물의 등장과 퇴장을 통해 하나의 퍼즐을 맞추듯 주인공 내면에 스며든 다양한 갈등을 드러낸다. 이를테면 대학 시절 만난 교수나 선배 같은 스승 격의 존재들은 주인공에게 지적 자극을 주지만, 동시에 각기 다른 이념과 사상을 전면에 내세워 주인공을 혼란에 빠뜨린다. 그들은 때로는 인생의 지표가 되지만, 때로는 고집스러운 자기주장으로 주인공의 가치관을 흔들어 놓는다. 한편,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연인은 주인공에게 감정적 안식처를 제공하는 듯하면서도, 결국 그와 함께 진정한 의미의 행복이나 확신을 확보하지 못한다. 오히려 사랑하는 존재마저 안정된 가치로 자리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인공은 누구를 따라가야 하며, 누구와 함께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부딪힌다. 이 인물관계의 패턴은 단순한 이분법적 대결 구도가 아니라, 다양한 인간들이 서로 다른 방식을 통해 주인공의 내부를 비추는 거울 역할을 한다. 스승은 지적 영역에서, 연인은 감정적 영역에서 주인공에게 질문을 던지며, 그 외의 조연 인물들조차 사회적·문화적 배경을 상징하는 요소로 기능한다. 결국 주인공은 이 수많은 관계 속에서 확고한 답을 얻지 못한 채, 오히려 더 복잡해진 내부 갈등과 마주한다. 이는 곧 독자로 하여금 인간관계란 삶의 해답을 주기보다,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장 임을 깨닫게 만든다.
3. 느낀점
젊은 날의 초상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이 작품이 특정 시대나 장소에 국한되지 않고 청춘의 본질적인 고민을 형상화한다는 점이다. 작품이 발표된 시기와 현재 독자의 삶은 큰 간극을 가질 수밖에 없지만, 청춘이 겪는 불안과 자기 정체성 탐색이라는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오늘날 독자들 역시 대학가의 정처 없는 토론, 급변하는 사회와 문화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는 노력, 그리고 사랑이라는 감정마저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을 마주한다. 그러한 면에서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은 현대 독자에게도 유효한 울림을 준다. 소설 속 주인공이 느꼈던 불안감, 두려움, 그리고 기껏 찾아낸 진실마저 헷갈리는 그 심리적 동요는, 마치 청춘이라 불리는 특별한 시기를 관통하는 거의 모든 이들이 한 번쯤 거쳐 가는 통과의례처럼 여겨진다. 또한 작품을 통해 독자는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의 발걸음을 점검하며, 앞으로 맞이할 미래의 불확실성을 직시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그 과정에서 비록 완벽한 답을 얻을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한 세대가 아닌 여러 세대에 걸쳐 젊은 날은 언제나 불안과 탐색의 시간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로써 젊은 날의 초상은 단순한 문학 텍스트를 넘어, 인생의 한 장면을 투영하는 거울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